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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험

아이덴티티 디자이너 고유승


아이덴티티 디자이너 고유승

안녕하세요~! 오래기다리셨습니다. :-) 요즘 여러 재밌는 일들을 준비하다보니, 포스팅이 점점 늦어지고 있네요.. 기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번 경험시간에는 아이덴티티 디자이너 고유승님과 인터뷰한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컨텐츠도 디자이너분들께 좋은 영감의 시간이 되었으면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귀중한 시간 내어주신 고유승 디자이너님께 감사드립니다.



( TRIANGLE STUDIO 로고와 사무실 )


Q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고유승이라고 합니다. 현재 신사동에서 트라이앵글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주스 브랜드 등을 진행 중에 있어요. 작년에 2016 레드닷 기업 정체성 부분에서 수상했습니다.



( Blood Juice )


Q2. 현재 하고 계신 디자인 업무에 관해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지만, 주로 하는 업무는 브랜드 디자인이에요.

 

Q3.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계기라.. 전 사실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고, 디자인이 좋아서 혹은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하게 된 케이스는 아니에요. 보통 학창시절에 브랜드 의류를 좋아하잖아요, 근데 전 옷보다는 브랜드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학생들이 어떤 브랜드에 광적으로 집착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궁금함이 계속 브랜드 그 자체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어요. 사실 전 브랜드가 좋아서 디자인을 시작한 게 맞는 것 같아요.


( Reddot Award 2016 Winner )


Q4. 지금까지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음 이건 생각할 것도 없이 작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준비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오랜 기간 준비한 것도 아니고, 자금적인 여유도 없었어요. 단지 분명히 수상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만큼 전략이나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레드닷상을 쉽게 본것도 아니에요. 이건 여담이지만, 레드닷 어워드가 국내 기업/디자이너들이 많이 수상해서 레드닷의 권위에 대해서 의심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굉장히 잘못된 착각이에요. 레드닷의 권위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나라의 디자인 퀄리티가 높아진 거예요. 물론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야 수십억을 디자인에 투자하니 그만큼의 퀄리티가 나오는 거고, 국내 디자이너들이 잦은 비율로 수상하는 것 또한 우리나라가 꽤 디자인 강국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도 미국/유럽에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지만요.

 

Q5. 좋아하는 예술가는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좋아하는 예술가는 굉장히 많은데, 디자이너로 따지만 막스 미딩거나 디터람스를 좋아해요. 막스미딩거는 헬베티카를 디자인했고, 디터람스는 브라운의 수석디자이너죠. 막스 미딩거는 미국을 지배했고, 디터람스는 심플함을 제품에 정의했어요. Helvetica로 쓰인 표지판만 봐도 그 이상 디자인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브라운의 라디오를 보면, 아 이게 라디오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아이폰을 보면 애플의 아이폰이 되고 갤럭시를 보면 삼성의 갤럭시가 되는데 브라운의 라디오는 라디오 그 자체에요. 어느 방향으로 치우침이 없고 완벽해요. 헬베티카나 브라운의 제품은 너무나 중립적이라서 오히려 그 메시지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Q6. 어떻게 영감을 떠올리시나요?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이미지를 수집해요. 회화, 건축, 그래픽 등 어떤 스타일이나 시대에 상관없이 수집해요. 사실 영감을 떠올리려고 한다기보다 수집을 하다 보면 생각이 없어지거든요. 수집이 목적이 돼버리는데 그렇게 자꾸 우선순위를 바꾸다 보면 문득 생각이 나요. 예를 들어 여행을 하다 보면 목적지에 가는 과정 중에 모든 내러티브는 사라져요. 목적지에서 뭘 했는지만 생각이 나는 거죠. 그런데 목적지를 없애고 여행을 떠나면, 과정 그 자체가 여행이 되요. 영감을 떠올리는 것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목적을 없애면, 영감이 떠오르게 됩니다.


Q7. 일하실때 보통 어떤 작업환경에서 일하시는 걸 좋아하시나요?

작업환경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자주 커피를 마시는데 별로 좋은 습관은 아니에요. 예전엔 까페가서 백색소음을 듣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아프리카에 다녀와서 그런지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얼마든지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요새는 작업 환경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Q8.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전 아이디어가 나오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했어요. 아이디어라는 것은 결국 조합과 해체를 통해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미 많은 분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툴들을 이용해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마인드맵이에요. 마인드맵은 한 번도 안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을 거예요. 마인드맵 같은 툴도 단순하지만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 툴이죠. 단어 위주로 쓰는 거라 추상화가 쉽고요. 보통 마인드맵을 생각의 확장정도로만 활용하는데 마인드맵은 생각의 확장 뿐만 아니라, 해체, 연결 같은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연결선을 다양하게 정의하면 되요.




( TRIANGLE STUDIO 사무실 )


Q9. 누구나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디자이너님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어떤 슬럼프냐에 따라 다른 것 같지만, 일반적으로 업무에 대한 슬럼프는 오히려 더 일하면 좀 풀리는 것 같아요. 휴식을 취하면 슬럼프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회피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그래서 무슨 일이든 만들어서 하는 거죠. 포트폴리오를 갑자기 정리 한다거나, 밖에 나가서 지인들과 사업얘기를 한다거나..

 

Q10. 본인이 디자인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디자인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라.. 사실 전 어느정도 이미 이뤘다고 생각해요. 처음 디자인을 하면서 생각했던 목표는 제가 디자인 한 것들이 세상에 나와 실제로 소비가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그런 부분들은 이뤘죠. 디자인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보다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제 브랜드에 팬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Q11. 많은 디자인 후배들이 이 인터뷰 내용을 보게될텐데, 이제 디자인을 시작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예전에 제가 제 팀원에게 했던 말이에요. 자기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 디자인은 아무도 설득할 수 없다. 다른 분야에도 통용되는 아주 평범한 문장이에요. 물론 디자인을 설득시키라는 의미는 아니고요. 장사하는 분들도 이런 말이 있잖아요. 자기 자신에게 못 팔면 남들에게도 못 판다. 뭐 그런 말하고 맥락이 비슷해요.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에요. 디자인은 철저하게 자신의 기획과 철학이 투영되어 세상에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는데 아무런 기획도, 철학도, 방향도 없는 디자인을 누가 소비하겠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이 자기 디자인을 소비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 TRIANGLE STUDIO 사무실 )


Q12. 디자이너님에게 디자인이란?

디자인은 정의라고 생각해요. 각자 자기만의 철학으로 제품을 정의하고, 로고를 정의해요. 역설적이지만 정의하지 않는 것도 디자인이죠. 그래서 정의라고 생각해요.

 

Q13.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자인의 소비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좋은 디자인은 결국 대중의 관심을 받고 소비돼요. 그러나 소비되는 디자인 대부분은 다시 쓰레기로 버려지게 돼요.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은 책임감이 수반되야 하는 것 같아요. 전 세계는 하루에 수천개의 브랜드가 새로 만들어지고, 아마존에는 매일 3000-4000개의 신상품이 들어와요. 그리고 매일 수천억 톤의 쓰레기가 버려져요. 이젠 디자인의 시작뿐만이 아니라 디자인의 끝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